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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9, 2020

[알수록 +] 미생물의 마법-술 만드는 효모, 그 마법 엿보기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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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발효과정에는 오묘한 과학이 숨어있다. 편의상 술 담는 과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전분(녹말)의 당화 과정이고, 둘째는 효모의 발효과정이다. 전분을 당화하는 누룩에 대해서는 전회(술을 만드는데 왜 누룩이 필요하지?)에서 설명했다. 이번에는 효모가 포도당 등을 알코올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에탄올(알코올)을 만들어 주는 생물은 미생물밖에 없다. 그것도 모든 미생물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에 한한다. 가장 많이 만들고 잘 만들어 주는 미생물이 효모(酵母:이스트) 종류이며 그 대표 균주가 빵효모인 Saccharomyces cerevisea이다. 이 효모는 포도당, 과당, 설탕, 맥아당, 유당 등의 단순당 외에는 알코올로 전환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포도당이 수천~수만 개가 연결되어 있는 전분을 포도당으로 전환시켜주기 위해서는 당화공정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누룩이다.

술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호화한 쌀, 밀가루, 조, 옥수수, 감자, 고구마, 타피오카 등의 전분질에 누룩가루를 혼합하여 물을 부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때 전분과 누룩의 비율에 정해진 것은 없다. 누룩 양을 늘리면 당화 속도가 빨라져 발효시간이 단축되고, 적으면 느려진다. 물은 대개 잠길 정도로 부어준다. 물이 많으면 술이 약해지고 적으면 진한 술이 얻어진다.

이때 농가의 자가제 막걸리는 누룩에 묻어 들어간 효모가 있어 따로 주모를 첨가하지 않는다. 첨가해 주면 실패할 염려가 적다. 양조장에서는 효모를 미리 키워 밑술의 형태로 넣는다. 밑술을 만들지 않고 시장에서 파는 이스트(빵효모)를 넣어도 된다. 일단 발효가 시작되면 기포가 발생한다. 이는 효모에 의해 만들어지는 탄산가스이며 며칠 지나 기포의 발생이 멈추면 발효가 끝난 것으로 본다. 이스트를 빵효모라 하는 이유는 이때 발생하는 탄산가스가 빵을 부풀게 하기 때문이다.

이때 신기한 것은 포도당이 술(에탄올)이 되는 대사 경로가 모든 생물에 공통인, 이른바 해당과정(glycolysis)에 거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10여 개의 효소반응이 일어나고 최종적으로는 피루브산(pyruvate)이 만들어진다. 효모는 이 피루브산을 산소가 없을 때는 알코올로 전환하고, 산소가 있을 때는 탄산가스와 물로 변화시킨다는 거. 효모만이 갖는 유일한 특성이다. 이런 효모는 산소가 있으나 없으나 자란다고 해서 통성 호기성 혹은 통성혐기성이라 부른다. 산소가 있으면 술이 만들어지지 않고 생육만 왕성해진다. 알코올발효 시에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이유다. 경로를 그림으로 간단하게 표시했다.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다음은 발효의 개별 요인에 대해 Q&A 식으로 풀어본다.

-술 제조에는 전분만 사용되고 흔한 섬유소, 돼지감자의 이눌린, 야콘, 곤약, 한천 등의 탄수화물로는 왜 불가능할까?

▶당연 누룩의 아밀라아제로는 당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도 알코올발효 가능한 포도당, 과당 등으로 구성되어는 있으나 이를 단순당으로 만들어주는 당화 과정이 어려워 이용하지 못할 뿐이다. 어렵게 단순당으로 만들 수는 있는 방법이 있긴 하나 현재는 가성비가 낮이 채산성이 없다.

실제 술 만드는 재료로는 전분보다 단순당인 포도당과 과당 설탕, 유당 등이 더 유리하다. 당화공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중 포도당과 과당 등은 과일 외에는 자연계에 단독으로(free)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일주 외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흔한 설탕(혹은 벌꿀)으로는 간단하게 술을 만들 수 있다. 단, 효모가 자랄 수 있는 영양성분이 부족해 그냥은 불가능하다. 설탕에 엿기름이나 과일즙을 넣어주는 이유다. 상세는 차회에서 다룬다.

-술을 담글 때 생쌀(생 전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식물 속의 전분 입자는 대단히 치밀해 효소의 접근이 어렵다. 물에 불리고 열을 가해 내부 구조를 붕괴시켜 효소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음식을 익혀 먹는 이유다. 이를 호화(풀) 시킨다는 말로 표현한다. 술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고두밥으로 하는 것은 발효가 끝나고 고형분을 걸러줄 때 술을 맑게 하기 위함이다.

-물은 얼마를 넣는가? (사입 농도)

▶최종 알코올 농도가 10% 이상 돼야 술의 부패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물의 양이 중요하다. 술의 종류에 따라 달리하지만 농도가 낮은 막걸리의 경우는 좀 많이 동동주나 정종의 경우는 적게 한다. 대개는 잠길 정도로 넣는다. 물을 적게 부으면 알코올 농도는 최대로 증가하고, 그 결과 발효되지 않은 포도당이 그냥 남아 있어 감미를 띈다. 단맛 나는 동동주를 만드는 원리다.

-발효 온도는 높은 게 좋은가 낮은 게 좋은가?

▶온도가 높으면 발효가 빨리 진행되나 술의 맛과 향이 떨어진다. 발효시간은 누룩의 양, 아밀라아제의 활성, 효모의 양, 발효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자가제 술은 실온에서 혹은 구들 아랫목에서 발효하지만 설비가 잘 된 공장에서는 30도 정도의 항온조에서 행한다. 청주 등의 고급술일수록 낮은 온도(15도 정도)에서, 발효 기간을 길게 해준다. 낮은 온도에서는 휘발성 방향물질이 남아있어 술의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1주일 이내, 청주는 한 달 정도 걸린다.

-발효 중 기포는 왜 발생하는가?

▶효모가 만든 것이다. 포도당 한 분자 당 2분자의 에탄올과 2분자의 탄산가스가 나온다. 이 탄산가스가 기포와 거품을 만든다. 기포가 멈추면 알코올 농도가 최대로 증가해 효모의 생육이 멈췄거나, 효모가 이용할 포도당이 고갈될 경우다. 이런 기포가 밀가루 반죽 속에 갇혀 빵이 부푼다.

-술의 알코올 농도는 얼마까지 증가하는가?

▶우량 효모의 경우 조건이 최적일 때 최대 20%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보통은 약 15~16% 정도다. 이 이상의 술은 만들 수가 없다. 술의 살균력 때문에 효모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강한 술을 만들려면 발효 술을 증류하여 농도를 높여야 한다. 알코올은 포도당 1분자 당 2분자의 에탄올이 만들어진다. 계산식은 C6H12O6 → 2C2H5OH + 2CO2 + 2ATP이며 포도당 100g에 알코올 51g이 최대치다. 이는 이론적이 수치로 실제는 이보다 낮다.

-발효 중 부패는 일어나지 않는가?

▶효모의 양이 적거나 누룩의 질이 떨어지면 썩을 수도 있다. 보통은 생성된 알코올이 잡균의 생육을 막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는다. 발효 후 최종 알코올 농도가 10% 이하 일 때는 보존이 어렵다. 초산균이 번식하여 식초가 만들어지거나 부패한다. 알코올 농도가 낮은 막걸리(5-8%)나 맥주 등은 살균하지 않으면 저장이 안 되는 이유다.

-술에는 왜 탁한 탁주가 있고 맑은 정종이 있나?

▶둘 다 제조 방법은 거의 같다. 발효 온도와 시간의 차이 정도다. 발효 후 철저하게 걸러주면 맑은 술(정종)이 되고, 대충 거르면 탁주가 된다. 정종은 거를 때 희석하지 않거나 혹은 농도를 16% 정도로 조정한 것이고, 막걸리는 물로 희석하여 도수를 낮춘 것이다. 생탁은 살균하지 않아 병 속에서 발효가 계속 진행되어 탄산가스가 과할 정도로 녹아 있다. 이게 사이다처럼 쏴한 맛을 낸다. 생탁은 여러 미생물이 살아있어 변질되기 쉽다. 일반 병 막걸리는 살균한 것이라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많다는데 사실인가?

▶생탁을 오래 두면 유산균이 계속 증가하긴 하나 신맛이 생겨 술의 질이 떨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산균이 어떤 요구르트보다 많을 수는 있다. 그러나 술의 질은 유산균의 수로 가늠하지 않는다. 한때 막걸리에 항암물질이 있다고 소동(?)이 일었으나 믿을 게 못 되는 헛소리였다.

-전통주란 무엇이고, 그 종류는?

▶고대로부터 전분질을 원료로 하여 만든 술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만 수백 종류의 막걸리와 청주, 증류주 등 500여 종이 넘는다 한다. 종류는 많아도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용하는 누룩, 전분질(재료)의 종류, 제조과정에 따라 술의 이름이 달라질 뿐이다. 이강주, 소곡주, 법주 등 200여 종이 아직도 나온다니 놀랍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주제에 언급한다.

-​전통 소주와 그냥 소주는 어떻게 다른가?

▶알코올 발효의 술 도수는 최대 20%를 넘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증류하여 농도를 높인 것이 전통 소주이고 주정(酒精)이다. 전통주에 안동소주, 문배주 등이 유명하다. 서양의 위스키와 브랜디도 증류주다. 증류하는 방법과 목적에 따라 알코올 도수는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술 만드는 재료와 제조 방법을 달리하면 증류주의 향취가 달라지고 이름도 달라진다. 소주는 주정에 물을 부어 농도를 낮추고 적당하게 가미한 것으로 희석주라 하며, 우리가 특별히(?) 좋아하는 일반 소주가 이것이다. 다음 주제는 ‘술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면 어떻게 만드나’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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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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