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창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치매라고 진단을 받았으면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A. 치매를 진단받으면 치매의 원인이 뭔지, 어떤 종류의 치매인지에 따라서 치료법이 좀 달라져요.
치매의 원인이 알츠하이머 치매라면 전 세계에서 치매약으로 알려진 네 가지 종류의 치매약 중의 하나 또는 두 개를 병행요법으로 기본적으로 쓰고, 거기에 플러스알파로 다른 보조적인 약을 쓰게 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형태치료법,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법인데 이런 치매 치료 약물의 효과, 특징으로 약을 쓰게 되면 첫 1년 정도는 인지 기능이 오히려 좋아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인지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천천히 하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가 굉장히 중요해요. 예쁜 치매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혹시 예쁜 치매라고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Q. 아니요. 예쁜 치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개념인데, 예쁜 치매가 뭔가요?
A. 예쁜 치매, 착한 치매, 고운 치매. 뭐라고 해도 상관이 없는데요. 치매가 설령 있더라도, 치매로 인해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기억력이 떨어져서 사랑하는 손자, 손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녀 얼굴을 구분하지 못해도, 아침에 밥을 잘 차려드리면 따뜻한 밥 드시고, 방에 잘 계시고 이부자리 마련해 드리면 밤에 잠을 잘 주무시고 그러면 1년, 5년, 10년이 지나도 가족분들이 돌보는 데 하등 어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너무 온순하게 곱게 집 안에 잘 지내시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예쁘지 않은 치매인 경우는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갔다거나 며느리가 내 패물을 훔쳐갔다 해서 목을 조르거나 얼굴을 할퀴는 일도 있고, 귀에서 환청이 들려서 밤중에 자꾸만 돌아가신 어머니가 부른다고 해서 문 열고 밖에 나가서 길을 잃어버리는 예도 있고, 쉽게 흥분하거나 예민해져서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새벽 2시니까 못 나갑니다.’ 하면 확 밀쳐서 갈비뼈를 부러트리는 공격성이 있는 치매도 있고, 성적으로 충동적이라서 자꾸만 뭔가를 만지려고 하는 형태의 치매 어르신도 있고, 낮과 밤이 바뀌어서 새벽 2시, 3시만 되면 일어나서 온 가족을 깨우는 그런 형태의 치매도 있고, 치매 증상 때문에 가족들을 굉장히 고통스럽게 하는 형태의 치매를 ‘안 예쁜 치매’라고 얘기합니다.
‘환청’ ‘망상’ ‘공격성’ ‘예민함’ ‘불면증’ 각종 이런 문제가 되는 정신행동 증상이 없는 치매를 ‘예쁜 치매’라고 하는데요. 31개 대학병원에서 1786명의 알츠하이머 초기, 중기 단계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조사를 해보니 너무 안타깝게도 86% 정도가 이런 형태의 정신행동 증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안 예쁜 치매’죠. 흔한 거예요. 초기나 중기 단계에서도 가족들이 고통스럽게 느끼는 증상이 보이는데 가족들은 ‘치매 걸리면 어쩔 수 없어. 팔자야.’ ‘우리 가족이 감당해야 해’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고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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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쁜 치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치매가 진행되면서 성격 변화에 해당하는, 공격성에 대한 ‘환청’, ‘망상’에 해당하는 뇌신경세포가 망가지지 말아야 해요. 그런데 그 부분이 망가지게 되면 밸런스가 깨지게 되는 겁니다.
뇌 속에는 뇌신경세포의 신경 세포 간의 신호를 전달해 주는 신경전달 물질이라는 게 이제까지 40개 정도가 밝혀져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게 ‘도파민’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히스타민’ ‘노르에피네프린’ 이런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이런 밸런스가 깨지게 되면 ‘공격성’ ‘환청’ ‘망상’ ‘예민함’ ‘불면증’, 이런 게 생기게 되고요. 조절하는 약을 써야 합니다. 소량의 약을 반 알이나 한 알만 쓰면 드라마틱하게 ‘공격성’ ‘환청’ ‘망상’ ‘예민함’ ‘불면증’에 해당이 되는 게 잘 조절이 됩니다.
알아두셔야 할 건 이 약은 평생 쓰는 약이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비가 올 때만 쓰는 우산 같은 거예요. 비가 와야지만 우산을 쓰는 거고, 햇볕이 쨍쨍 맑은데 우산 쓰고 다니면 너무 이상한 거잖아요. 그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쓰고 그 증상이 사라지면 반드시 그 약을 중단해야 합니다. 왜냐면 비가 안 오고 맑은 날씬데 우산을 쓴 게 너무 어색한 거처럼 증상이 없는데 그 증상을 치료하는 약을 쓰는 건 굉장히 어리석잖아요.
그래서 치매 치료하는 약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 인지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천천히 나빠지게 하는 약은 평생 써야 합니다. 그 약은 평생 써서 인지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천천히 나빠지게 해야 하고, 두 번째 ‘예쁜 치매’를 만드는 약은 아주 소량을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서 일시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을 잘 사용하면 가족들이 부담이 줄어들게 돼요.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가족들이 치매 어르신을 모시면서 요양원에 입소시키게 되는 가장 커다란 이유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내과 질환, 폐렴처럼 ‘더 이상 우리 집에서는 이런 폐렴을 해결할 수 없어,’ ‘요로 감염을 해결할 수 없어.’ 이런 의학적인 질환이 있을 때고요. 두 번째가 바로 이런 치매로 인한 문제행동 증상이 있어서 가족들하고 같이 살기 힘들겠다거나, 이렇게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는 못 모시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시설로 모셔야 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 ‘예쁜 치매’를 만드는 약물치료, 비약물치료를 잘하게 되면 가족들이 굳이 요양원이나 요양 시설로 안 모셔도 집에서 모실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는 거죠.
Q. 그럼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약이잖아요. 미리 받아 놓을 수는 없는 건가요?
A. 그럴 순 없고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이라는 것은 약작용도 있고 부작용도 있으므로 이 약의 장점, 부작용이 뭔지를 교육을 잘 받아야 합니다. 이 약에 대해 교육을 잘 받게 되면 가족들이 나중에는 간호사, 의사만큼 ‘오늘은 날씨가 흐리니까 약을 반 알 더 써야 하겠구나.’ ‘오늘은 증상이 심하니까 사 분의 일 알 더 써야 하겠구나.’ 하는 것을 의사와 상의하고 난 다음에 자신 있게 쓰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 단계까지 올라가려면 가족 교육을 아주 많이 받으셔야 합니다.
Q. 그러면 치매를 치료하는 방법에 약물치료 말고 다른 치료가 병행되는 게 있을까요?
A. 치매는 보통 뇌 기능을 좋게 하는 다른 비 약물치료도 같이하게 되는데요. 이 부분은 ‘치매 안심 센터’에서 병행을 하게 됩니다.
물론 무료로 하게 되고요. 전국의 250개 넘는 ‘치매 안심 센터’에 치매 조기 검진을 하는 게 커다란 영역이라면, 초기 단계의 치매 어르신을 등록해서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을 좋게 하는 프로그램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치매 안심 센터’ ‘치매 지원센터’ 또는 ‘조기 치매 검진센터’나 또는 다양한 치매 관련된 시설에서 인지 기능을 좋게 할 수 있는 두뇌나 사회성, 정서적인 부분을 좋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짜로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알아보는 게 너무나 중요해요.
여기서 전화번호를 하나 알고 계시면 좋을 거 같아요. 치매를 앓고 계시는 가족분들이 꼭 단축번호로 알고 계시면 좋을 만한 번호가 1899-9988입니다. ‘중앙 치매 센터’ 콜센터 전화번호인데요. 365일, 24시간 동안 상담을 합니다. 그러므로 치매에 궁금한 사항이나 내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뭔지 관내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하시면 아주 친절하게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백과사전에 해당하는 그런 내용까지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아주 다양한 정보를 드리고요, 일반인들이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치매에 관련된 전문 정보를 제공하니까 꼭 그 번호를 기억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Q. 치매에 걸리면 가족분들도 굉장히 힘들잖아요. 가족분들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요?
A. 이 글을 통해서 꼭 드리고 싶은 내용이었는데요. 가족분들이 꼭 희망을 가지십시오. 많은 분이 치매하면 인지 기능이 점점 나빠지는 병으로 이해를 하시거든요. 그래서 가족분들이 마음이 속상합니다. 왜냐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10개를 잘하셨는데 9개를 잘하고, 8개를 잘하고, 7개, 6개 점점 못하는 부분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이것도 잘하고 이것도 외우고, 이것도 잘 계산했는데 1달 지나고 이것도 못하고, 6개월 지나고 이것도 못한다고 생각하면 절망에 빠집니다.
그런데 치료의 관점을 우리 어머니께서 앞으로 계속 못 해나가는 관점이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께서 얼마나 행복해하시는지,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얼굴에 미소가 있는지 이런 게 중요하거든요.
만약에 5살, 6살 아이가 있으면 해외여행 가고 7성급 호텔에서 자고 뷔페에 가서 맛있는 거 먹는다고 좋아할까요? 옆에 엄마가 있는 상태에서 손잡아 주고 김밥 같이 나눠 먹어도 가족이 옆에 있고 손을 잡아주는 것만 해도 훨씬 행복해하고 미소가 생기고 기뻐하거든요.
치료의 관점을, 당연히 인지 기능이 나빠지게 하는 것에 대한 치료는 충분히 열심히 해야 하지만 가족으로서는 치매를 진단받고 돌아가실 때까지 얼마나 어머니의 미소가 얼굴에 많이 남아 있는지, 얼마나 편안하게 행복하게 지내시는지, 만족하게 지내시는지에 대한 관점을 놓고 본다면 5년, 10년 자식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알아보지는 못해도 얼굴에 미소가 많으면 ‘가족으로서 치료를 잘하고 있구나.’ ‘행복해하시는구나.’ ‘나는 최선을 다했구나.’ 이런 마음으로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잘 지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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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0 at 12:3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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