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엔 톰 딕슨Tom Dixon 카페가 들어섰다. 이름은 ‘카페 더 마티니’. 이곳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톰 딕슨을 외치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가구, 조명, 소품 등으로 가득하다. 이 카페는 아시아에서 홍콩에 이은 두 번째 매장. 현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홍콩 등 5개국에 10여 개 매장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카페가 현대백화점에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도(지난 8월2일 오픈) 이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일 새가 없는 명소 중 명소가 되었다. 톰 딕슨은 재기발랄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제품을 창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구리로 만든 조명인 미러볼은 그 특유의 생김새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커피를 마시며 럭셔리 잡지에서만 보던 그의 작품을 실제로 사용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꽤 매력적이다.
이렇게 이름난 아티스트의 이름을 걸고 백화점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것은 고객들의 상향된 눈높이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중시한다. 세계적인 디자인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며 그만큼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 주요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점포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코로나로 올 상반기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14.2% 감소하는 와중에도 명품은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걸었다. 명품 브랜드만은 전년 동기 대비 9.2%나 증가했다. 심지어 20, 30대 고객들이 급속도로 늘어 고객층이 확장되기까지 했다. 유독 명품 소비에서만 그렇다. 이들의 구매가 상승한 것은 여행 등 자기 취미에 대한 투자가 명품 소비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20대부터 60, 70대에 이르는 소비자까지 세계적 디자이너의 이름값에 지갑을 활짝 연다.
그러니 소비의 결정체인 백화점이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 세계적인 이름값을 이용한 공간 디자인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바로 디자인 공간 마케팅이다. 이름값이 높을수록 투자 금액이 상승하지만 또 그만큼 고객 유입 속도는 빨라지니, 투자 경쟁에 가속이 붙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매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름값’을 지불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3호 (20.08.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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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 2020 at 08:5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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