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돌입한 지도 반년이 됐다. 그럼에도 질병관리본부나 언론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듭 강조하는 것은 코로나19 예방에 중요한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가 그만큼 소통을 본능적으로 갈구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등 직접 접촉이 없는 소통이 흔히 이루어져야 하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소통이 대면 소통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진 이들도 많다. 이런 현상은 우리 뇌의 작용과 연관돼 있다.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펩타이드 물질이 있다. 출산 시에 자궁 수축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처음 발견돼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알려져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람의 코에 옥시토신을 분무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상승한다는 2005년 논문을 시작으로, 옥시토신의 좋은 점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심지어 자폐증의 증상 개선 효과도 보고돼 약으로서 가치를 탐색 중이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 옥시토신 처리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코에 분무한 옥시토신이 어디로 전달돼 영향을 나타내는지도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몸에서 옥시토신을 생산하는 뇌 시상하부의 옥시토신 뉴런이 언제 활성화되는지 이해한다면 옥시토신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발레리 그리네비치 독일 만하임대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다. 많은 연구자들은 옥시토신 뉴런이 어떻게 생겼고 옥시토신 펩타이드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했지만, 옥시토신 뉴런이 자연스러운 사회행동 중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네비치 박사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옥시토신 뉴런 중 특정한 모양을 가진 뉴런들이 사회적 접촉, 특히 ‘촉각 정보’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옥시토신 뉴런은 시상하부의 뇌실방핵에 많이 분포하는데, 이곳에는 옥시토신 뉴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매개하는 뉴런들이나 에너지 대사를 매개하는 다른 종류의 뉴런들이 옥시토신 뉴런과 삼계탕에 곁들이는 후추와 소금처럼 섞인 채 분포한다. 그렇기에 원하는 종류의 뉴런 활성만 선택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리네비치 박사 연구진에서는 광유전학과 전기생리학 측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법을 활용했다.
낯선 암컷 쥐 두 마리가 서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옥시토신 뉴런은 활성을 보였고, 그중에서도 서로 몸이 닿아 타고 넘어가는 ‘신체적 접촉’ 중에 더 강한 신호가 관측되었다.
정말 신체적 접촉이 중요한지 검증하고자 연구진은 영화에서 보는 구치소 면회실 같은 실험 장치를 만들었다. 즉, 두 마리 쥐가 작은 구멍이 나 있는 투명한 아크릴판을 통해 서로 보거나 듣거나 냄새를 맡을 수는 있지만 직접 닿지는 못하게 했다. 그러자 옥시토신 뉴런은 잠잠한 상태를 유지했다.
물리적 접촉이 유독 옥시토신 뉴런을 활성화한다는 이번 연구는 비대면 접촉이 뭔가 아쉬웠던 원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당분간 생물학적 특성을 이기기 위해 더욱 의식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애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ugust 02, 2020 at 07:1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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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저널클럽]사회적 거리 두기와 ‘옥시토신’의 비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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