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훈 기자의 벤처농업대 체험記-9] 학생이 직접 연단에 올라 본인 삶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그로-TED` 강의는 7월 수업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6월 수업 때는 여성 세 분이 발표했는데, 이번엔 남성 두 분이 나섰습니다. 정용면 지리산바이오푸드 대표와 최환 (주)최고의환한미소 대표입니다.
먼저 정용면 대표님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제목이 `약초와 힐링의 꿈`입니다. 지리산바이오푸드는 여러 가지 약초를 넣어 과자를 만드는 곳입니다. 모양이 꼭 천안 호두과자처럼 생겼지만 정 대표님은 "호두과자와 비슷하다"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아마도 호두과자 모양을 좀 닮긴 했지만 완전히 차별화되는 약초과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양주환 한국농수산대 교수님이 정 대표를 소개하면서 "다 좋은데 과자 실물이 없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우리도 좀 먹어봐야 맛을 알 텐데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양 교수님의 농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 대표님은 준비한 발표를 속도감 있게 이어갑니다. 알고 보니 정 대표님은 국내 유명 제과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과자 장인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 중에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편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약초과자는 누구에게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개발 기간만 5년 걸렸습니다. 저의 제품 개발 관련 노하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 대표님은 사회봉사 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장애우들이 와서 과자 만드는 체험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갈 때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정 대표님은 경남 산청에 연수원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나선 최환 대표가 운영하는 (주)최고의환한미소는 빈집 은행이라는 개념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인천에서 대학을 다닌 최 대표는 인근 재개발 대상 지역에서 빈집이 방치돼 있는 현실을 보고 이를 사회적으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됩니다. 도시재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낙후된 지역이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상당 기간 빈집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가 동영상을 하나 보여줍니다. 다세대 빌라의 반지하 빈집으로 어떤 남녀가 들어갑니다. 안에서는 놀랍게도 송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예정되면서 더 이상 임대가 되지 않아 비어 있는 공간을 세를 낸 뒤 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이런 식으로 해서 현재 빈집 20여 채를 수리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쓸모없는 공간을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아이디어가 대단합니다.
최 대표는 발표 중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보다 연장자여서 쉽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지 못하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며 "먼저 저에게 와서 말을 걸어주면 너무도 감사하겠다"고 말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저부터 최 대표에게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최 대표는 이미 다른 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 명함이 책상에 놓여 있더군요. 최 대표는 오늘 TED 수업에 나선 목적을 잘 달성한 것 같습니다.
양 교수가 이날 TED 수업을 정리하며 좋은 농장의 3가지 조건을 `3대 링`으로 풀이합니다. 스토리텔링과 힐링, 달링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어떤 농장이든 그 안에는 스토리, 즉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농장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힐링은 농장을 방문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갈수록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사회 속에서 힐링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 같습니다. 달링은 사랑스러운 감정을 뜻합니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농장이 되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시간에 언뜻 말씀하셨던 복수이득분리의 마케팅 개념에 대해 설명합니다. 본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미숫가루를 주문했더니 사은품으로 작은 참깨 등 사은품 2개를 보내주더라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게 같은 미숫가루를 좀 더 보내주는 거에 비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겁니다. 좀 더 학문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상품의 사은품을 받을 때 같은 종류의 물건을 사은품으로 받는 것보다는 다른 종류의 사은품을 2개 추가로 받을 때가 주관적인 효용이 더 크다는 겁니다. 많은 농업인들이 평소 적용해 볼 만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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