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날씨만 있을 뿐이다."
경제보다 사랑과 생명, 정직이 더 중요하다는 인도주의적 경제학을 발표했을 정도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 컸던 그는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날씨로 비유해 설명했던 듯하다. 아들 둘의 아버지이자, 교육자이자, 연구자로 살아온 필자는 이 말이 퍽 인상에 남았다. 아들 둘도 그랬지만, 제자들 역시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각각 길을 선택했고 여러 상황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제자 중에 연구자가 되는 제자도 있고, 사업이나 직장생활을 택하는 제자도 있었다. 각각의 삶에 정해진 답이 있어 그 옳고 그름을 가를 수 있는 걸까.
필자는 교육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사실 나는 문과 출신"이라는 말로 먼저 시작하곤 한다. 대부분 이 말에 깜짝 놀란다. 정말로 고등학생 시절 나는 문과였고, 비스마르크와 같은 외교관을 꿈꿨다. 하지만 대학 진학 전 터진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흔들리는 것을 직접 보면서 그때 처음으로 `지금은 에너지 자립이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의 필자가 타임슬립이라도 해서 지금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면 꽤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목표를 세우고 한길로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필자처럼 여러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진로를 바꾸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전자라면 꽤 이른 시일 안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그만큼 많은 길을 돌아가니 유독 느리게 보일 수도 있다. 인생이 달리기 경주라면 빨리 가기 위한 정답이야 있겠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은 아니다. 그렇기에 남보다 늦는 것이 문제도 아니다. 그저 저마다 다를 뿐이다.
사람들은 매일 다른 날씨를 이해하고, 우산을 쓰거나 물을 마시며 조금 느리게 걸어가며 맞춰 살아간다. 인생 역시 그렇다. 모든 이가 다른 환경에 놓여 있고,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저마다의 방법으로 나아가면 된다. 필자와 같은 선배 세대는 먼저 경험해본 날씨를 이야기하며 해가 나면 장마 준비를 권하고, 매서운 추위가 오면 곧 따뜻한 봄이 온다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하면 충분하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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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9, 2020 at 10:0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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