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얼마 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모범 사례로 여겨졌다.
코로나19의 최초 사례가 보고됐던 중국 본토와 국경을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감염자 수의 증가를 잘 억제했다. 중국이나 유럽, 미국 등지에서 도입됐던 극단적인 봉쇄 조치를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홍콩은 현재 2차도 아닌 코로나19 3차 유행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30일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홍콩의 사례는 코로나19는 물론, 봉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씨름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격리조치 면제와 그 허점
홍콩은 지난 1월 첫 코로나 19 환자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크게 우려했고 사재기 소동이 일기도 했지만, 감염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으로 유지됐고 전염 또한 상당히 빠르게 통제됐다.
이후 홍콩은 지난 3월 유학생과 외국 거주자들이 귀국하기 시작하면서 ‘2차 유행’을 겪었다.
그 결과 홍콩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 모든 비거주자의 해외 입국을 차단했고, 귀국한 이들은 코로나19 검사와 14일 격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심지어 신규 입국자들을 추적해 자가격리를 제대로 실시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전자 팔찌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적인 시행되면서 효과를 봤다. 홍콩에선 수주간 한 건의 지역감염도 없었고, 사람들의 생활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렇다면 대체 9일 연속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3차 유행’은 어떻게 발생한 걸까?
“정말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홍콩은 정말로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었거든요.” 홍콩대학교의 바이러스학 학과장 말릭 페이리스는 말한다.
그는 방역 시스템에 두 개의 결함이 있었다고 여긴다.
첫째로 많은 귀국자들이 격리 시설 대신 집에서 14일간 격리를 택했다.
“집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은 어떠한 종류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엔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리스 교수는 정부가 일부 홍콩 입국자들에게 검사와 격리를 예외로 할 수 있게 해준 정부의 조치가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홍콩은 선원, 항공 승무원, 상장기업 임원 등 약 20만 명에 대해 격리의무를 면제해줬다.
홍콩 정부는 홍콩의 정상적인 업무가 보장될 수 있게 하거나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이러한 예외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도시이자 무역항인 홍콩은 많은 항공편이 오가는 곳이며 많은 배들이 이곳에서 선원들을 교체한다. 또 홍콩은 식량과 필수품을 중국 본토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수입해 의존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조셉 창은 격리 예외조치가 감염 위험을 증대시키는 중대한 ‘맹점’이었다고 말한다. 격리 면제를 받은 선원과 승무원 중에는 관광지를 방문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도 있었다.
정부는 초기에는 격리 예외조치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후 최근 감염 확산에 예외조치가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현재 항공 및 해운 승무원들에 대한 규칙을 강화했지만, 이를 강제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이주 초에는 한 외국인 조종사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 관광을 하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공중보건과 시민들의 우려, 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최근 페덱스 항공기 조종사 노조는 회사에 홍콩행 항공편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조종사들에게 병원 입원을 의무화하는 등 더 강화된 코로나19 조치로 “조종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홍콩대학교의 유행병학 교수 벤저민 코울링은 홍콩이 겪은 격리 문제가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 여전히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뉴질랜드와 호주는 호텔에서 의무격리를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코울링 교수는 “좋은 개념이기는 하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해제
홍콩의 격리 예외조치는 몇 개월동안 계속됐지만 코로나19 3차 유행은 7월 이전까진 발생하지 않았다.
페이리스 교수는 7월에 3차 유행이 발생엔 두 번째 중대한 요인이 있다고 본다. 바로 6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크게 완화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방역 체계는 잘 대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조치가 완화되면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이 빠르게 번지게 되죠. 이는 모두가 알아둬야 할 교훈입니다.”
창 박사는 6월말 아버지의 날과 홍콩 반환 기념일을 앞두고 정부가 50명 미만의 집회를 허용했던 것을 떠올렸다.
“수개월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시민들이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정부가 상황이 괜찮아 보인다며 규제를 완화하자, 사람들은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요인들이 동시에 겹쳤어요.”
그러나 페이리스 교수는 1차, 2차 유행 때 홍콩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조치에 “극도로 협조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심지어 정부가 마스크 쓰기를 강제하는 조치를 내리기 전부터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다 쓰고 다녔어요.”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도입한 게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또 홍콩이 다시 4~6주 내로 지역감염자 '0명'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희망한다.
그때부터는 해외감염의 유입을 막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는 그렇다.
다른 나라들도 국내 바이러스 통제에 성공하게 되면 같은 문제에 맞닥뜨릴 것이다. “자국 내 감염세를 진정해 놓고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면 다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화 시위가 바이러스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나?
홍콩이 치른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 도시들에게도 교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홍콩은 지난 한 해 또 다른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바로 정치적 위기다.
지난 7월 1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7월 중순 야당의 경선이 열렸을 때, 이것이 새로 시행된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투표를 했다.
이때부터 중국 관영매체는 두 행사가 코로나19의 3차 유행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한 정치인은 “절대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이것들이 감염자 급증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코울링 교수는 연구진이 “각각의 감염 사례를 통해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이 행사들에 연관된 집단감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페이리스 교수는 이 행사들이 “상황을 보다 악화시켰을 수는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건 중대한 결정 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창 박사는 연구 결과 “3차 유행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전의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다른 종류”라는 게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한다. 특히 필리핀과 카자흐스탄의 승무원과 선원들에게서 발견된 변이의 종류를 갖고 있어, 그는 이 3차 유행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여긴다.
이와 유사한 논의가 세계 곳곳에서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인종주의 반대 시위로 인해 집회가 감염의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생각했던 수준보다 감염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3차 유행이 홍콩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홍콩 정부가 9월 열릴 예정인 입법회 선거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이유로 연기할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일부 현지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선거를 1년 후로 미룰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선거를 연기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작년말의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큰 득표를 얻은 터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 연기를 반겼다. 전직 입법회장 제스퍼 창은 현지 언론에 “선거가 바이러스 전염의 온상이 되면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때문에 후보들이 선거 유세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코울링 교수는 정부가 다시 도입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미 지난주부터 확진자 수의 급증을 막았다고 말한다.
“선거를 연기하는 게 필수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1년까지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건 분명해요. 2주나 1개월까지는 연기를 고려할 수도 있겠죠. 그때쯤 되면 지역감염자 수가 다시 '0명'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선거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표소와 관리원의 수를 늘리고, 투표소 내부가 잘 환기되도록 하며, 모든 투표 관리원들에 대한 검사를 선거 이틀 전에 실시하는 등의 방안이다.
세계 각국 정부들은 선거에 대해 매우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적어도 68개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선거를 연기했고, 49개국은 계획대로 선거를 치렀다고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IDEA)는 말한다.
싱가포르는 이달 초 총선을 치렀는데 최근 몇 년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고 싱가포르경영대학교의 법학과 교수 유진 탠은 말한다.
“팬데믹 상황이 선거를 치르기 좋은 때는 결코 아니죠. 그러나 싱가포르 총선은 여러 안전조치와 함께 치러졌고, 사람들이 밖에 나가 민주주의의 투표권을 행사할 때도 공중보건을 지키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거를 계획대로 치를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에게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의 신뢰도가 낮을 때는 더욱 그렇다.
“선거를 연기하면 정부에게 유리한 시기를 기다린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선거를 강행하면 사람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긴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죠. 최악의 상황은 선거는 선거대로 치르고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일 겁니다.”
July 31, 2020 at 04:1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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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코로나19 ‘3차 유행’이 주는 경고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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