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면 각국이 원자력 에너지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밀려 퇴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한국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IE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로 원전의 진가가 드러났다"며 "위기 상황에서 원전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제공하는 중추 역할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유럽과 북미 지역의 가장 큰 저탄소 전력원"이라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지만, 많은 국가가 원전의 역할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또 주요 선진국이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짓거나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20년 뒤 원전 역량은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기반이 축소되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비용도 1조6000억달러(약 200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로선 재생에너지가 2040년까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을 밀어내고 원전을 대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고 세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IEA는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줄여나가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것은 물론, 멀쩡하게 가동 중인 원전마저 문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의 공론화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
월성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맥스터(건식저장시설)는 현재 포화 직전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후 습식저장시설에 6년 동안 냉각한다. 이후 맥스터로 옮긴 뒤 공기로 열을 식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 원전 맥스터의 포화율은 97.63%이며, 포화시점은 1년 10개월 뒤인 2022년 3월이다. 당장 내년 11월까지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월성 2~4호기는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늦어도 오는 8월에는 착공에 들어가야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 1월 맥스터 증설을 승인했으나, 주민의견수렴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에 막혀 6개월 가까이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원전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맥스터 증설 공론화가 탈원전 정책이라는 벽에 막혔다"고 비판한다. 맥스터를 증설하려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재검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재검토위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현행법상 공론화 대상이 아닌 맥스터 건설을 공론화해 증설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영구처분시설도 아니고 원전 운영에 있어 부수적인 시설인 맥스터까지 공론화 대상으로 삼아 이렇게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June 17,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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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 "신재생 에너지론 부족…원전에 투자해야"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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