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41명, 실종 7명, 부상 193명…생존자 중증 화상·트라우마에 시달려
[※ 편집자 주 : 위험요소가 가득한 산업 현장에서는 종종 다양한 종류의 사고가 발생합니다.
특히 폭발사고는 충격 자체가 크고 화재나 시설물 붕괴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산업현장 사고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습니다.
죽고 다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건 기본이고, 사망자의 시신을 찾지 못할 만큼 참혹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폭발사고는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밝혀집니다.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안전조치가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용접작업을 하다가 불티가 가연성 소재에 튀면서 발생했다는 게 경찰수사의 잠정 결론입니다.
그러나 폭발사고 책임자에 대한 재판은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후속 조치도 미흡해 사고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최근 10년간 사망자가 나왔던 산업 현장 폭발사고의 조사보고서와 판결문 등을 전수 분석해 사고원인과 사후처리의 문제점을 짚는 4건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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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 =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곶2리 이장 김종극(64)씨는 지난 3월 4일 새벽잠을 자던 도중 굉음과 함께 집이 공중으로 붕 떴다가 떨어지는 듯한 충격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오전 2시 59분. 놀란 김씨가 밖으로 나가보니 500m 거리에 있는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집 외벽과 담벼락 곳곳이 무너져있었다.
마을은 전쟁터 같았다.
집마다 창문이 깨지고,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와 마을회관으로 급히 피신했다.
김씨는 "마을이 완전히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해 주민 모두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폭발사고로 공장 노동자와 주민 등 총 36명이 다쳤다.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런 악몽 같은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달 19일 이번에는 롯데케미칼 인근 LG화학 촉매센터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촉매 포장실에서 일어난 폭발은 화재로 이어졌다.
연구원 한 명이 숨졌고 직원 두 명이 화상을 입었다.
촉매제 이송 후 남아있던 가루 형태의 촉매제 일부가 압력을 받아 분화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위험 요인을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
롯데케미칼 사례처럼 폭발사고는 화재 또는 시설물 붕괴를 동반하는 산업 현장의 가장 끔찍한 사고 유형 중 하나다.
2011년 이후 10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산업 현장 폭발사고만 해도 72건에 달했다.
연합뉴스가 사망자를 유발한 이들 폭발사고의 조사보고서와 판결문을 입수해 전수 분석한 결과 총 141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93명, 실종자도 7명이나 됐다.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341명의 노동자 중 108명은 원청업체(대부분 소규모 업체), 82명은 하청 또는 재하청 업체 소속이었다.
지난해 9월 충북 충주의 중원산업단지 내 접착제 등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어난 대형 폭발 사고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폭발의 영향으로 무려 12시간 동안 화재가 이어졌다.
당국이 집계한 인명 피해는 실종자 1명, 중상자 1명, 경상 7명이었는데, 현장에서 실종된 50대 남성의 사체는 20일간 진행된 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당국은 '인정사망' 처리했다.
인정사망이란 사망했다는 확증(시체 확인 등)은 없지만, 정황상 사망을 인정하는 제도다.
엄청난 폭발의 충격과 이로 인한 구조물 붕괴 및 화재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부상자들은 전신에 화상을 입거나 다발성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통 속에 살아간다.
지난 3월 6일 오전 11시 28분께 SH에너지화학 군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서는 직원 3명이 피해를 봤다.
오는 10월까지 입원 치료를 해야만 통원 치료가 가능한 상태로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다행히 화상이 경미했지만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폭발 현장 인근에 있던 피해자들의 동료 C씨는 "여러 화학 약품을 섞어 반응하게 하는 '반응기'가 폭발했다"며 "반응기 노즐에 새 줄을 이어붙이는 용접을 하려는 순간 폭발했다.
용접하기 몇 시간 전부터 폭발성 있는 가스를 제거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경남의 한 화력발전소에서는 용접작업 중 용접사가 입고 있던 에어 재킷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조수가 실수로 에어 재킷에 공기를 주입하는 호스를 산소가 나오는 구멍에 꽂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용접이 시작되고 불티가 튀자 에어 재킷에 주입된 산소가 폭발했다.
상반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용접사 D씨는 "에어 재킷을 재빨리 벗어 간신히 목숨은 지켰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최근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 일하는 작업장의 폭발로 일부 가족 구성원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2013년 8월 경기도 화성의 화학 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용접 작업 중이던 사업주의 두 아들을 앗아갔다.
숨진 사업주의 두 아들은 수산화나트륨을 보관하는 높이 5m의 옥외 저장 탱크 상판 위에서 산소 용접기 등을 이용해 안전 지지대를 장착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저장 탱크에 고여있던 가연성 가스와 만나 폭발했고 두 사람은 폭발 충격에 탱크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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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8, 2020 at 05:5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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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신도 못찾는 참혹한 사고…살아도 고통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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