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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한산모시·소곡주 ‘산업관광’ 잰걸음
지난 26일 충남 서천군 장항송림산림욕장에서 관광객들이 솔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고 있다.
1500년 전통의 한산모시와 소곡주의 고장인 충남 서천군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산업관광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산업관광’이란 1·2·3차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주제로 산업시설의 관람, 견학, 체험을 통해 해당 지역이나 산업시설이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관광을 말한다. 서천군 한산면의 ‘모시·소곡주 명장 체험’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관광 지자체 공모사업 대상으로 유일하게 선정됐다. 서천군과 (사)한산모시조합은 이달 열릴 예정이던 제31회 한산모시문화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돼 어려움을 겪자 산업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근 ‘서천 한산모시 산업관광체험 언론인 팸투어’를 실시했다.
충남 서천군 장항송림산림욕장과 해변에 세워진 높이 15m, 길이 286m 크기의 장항 스카이워크.
지난 26일, 금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시와 맞닿은 충남의 최남단 서천군 장항 송림산림욕장에는 주민과 관광객 몇몇이 바닷바람이 감도는 솔숲 산책로를 한적하게 걷고 있었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1만2천 그루의 울창한 곰솔숲 아래는 맥문동과 활짝 핀 송엽국이 어우러져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솔숲 해안에 조성된 15m 높이, 286m 길이의 ‘장항 스카이워크’에서는 676년 신라와 당이 이곳에서 국가의 운명을 걸고 일합을 겨룬 ‘기벌포 해전’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 ‘서천 9경’ 중 하나로 꼽히는 장항 곰솔숲은 최근 산림청으로부터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이어진 옛 장항역(장항 도시탐험역) 탐방에서는 철도를 기반으로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읍으로 승격한 옛 장항지역의 화려했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옛 장항역은 2007년까지 천안에서 장항을 오가던 장항선의 종점역이었지만 금강하구둑을 통해 2008년 전북 군산, 익산까지 노선이 연장되면서 역사가 옮겨가고 지금은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공간인 문화관광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공간인 문화관광플랫폼으로 탈바꿈한 옛 장항역사.
서천이 자랑하는 한산모시관에서는 한산모시의 재료가 되는 모시풀, 모시의 역사, 제작 과정과 도구 등이 전시돼있고 한산모시짜기 시연을 볼 수 있다. 또 모시 미니베틀짜기, 모시쿠키·소품 만들기, 한산모시옷 입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과 함께 한산모시로 만든 의류, 침구류, 소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한산모시짜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중요무형문화재 14호로 지정됐다. 서천 일대는 고온 다습한 기후와 나즈막한 산세, 적절한 통풍 등으로 모시 재배와 제작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춰 약 1500년 전부터 모시 재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신라때 저삼단(모시로 된 옷감)을 당나라에 보냈다는 것이 첫 기록이지만, 중국 문헌에는 삼한(마한 변한 진한)때부터 모시를 제작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서천은 옛 마한에 속한 땅으로 훗날 백제에 통합됐다.
충남 서천군 한산모시관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시풀. 잎은 식용으로, 줄기는 섬유로 쓰인다.
한산모시는 현재 100여 농가가 10㏊ 규모의 모시 농사를 지으며 모시옷과 모시 첨가 식품 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모시짜기를 하는 종사자는 20~30명으로 대부분 고령자인데다 일이 어렵고 수익이 적어 점차 종사자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임은순 한산모시조합 대표는 “모시 한 필을 짜기 위해 모시풀 농사를 지어 실을 만들어 짜기까지 100% 수작업으로 빨라야 1년이 걸리는데 대가가 적어 전통모시 만들기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시축제가 취소되고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이 작년의 10~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6년 설립된 한산모시조합은 한산모시의 전통계승과 무형문화재 보존·육성, 한산모시 정기적 수매와 의류·침구류·소품 등 제품 개발·판매, 관광객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고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조합원은 60여명이다.
충남 서천군의 한 문화관광해설사가 지난 26일 한산모시관에서 모시짜기를 시연하고 있다.
모시와 함께 서천 산업관광의 쌍두마차인 한산의 전통술인 소곡주도 150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소곡주는 누룩을 적게 넣어 빛은 술이란 뜻에서 ‘소국주’라고도 불리며,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며 소복을 입은 여인들이 빚었다고 하여 ‘소복주’라고도 불린다. 또 맛과 향이 좋아 한번 마시면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고 하여 일명 ‘앉은뱅이술’이라 불리기도 한다. 백제의 궁중술이었던 소곡주는 백제가 멸망한 뒤 백제 유민들이 슬픔을 달래기 위해 한산면 건지산 주류산성에 모여 빚어 마셨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68농가가 16~18도 술과 증류 과정을 거쳐 만든 43도 짜리 등 두 종류의 소곡주를 만들며 연 매출 60억원을 올리고 있다. 오대석 서천군 모시소곡주팀장은 “갈수록 전통 모시산업이 쇠퇴해져 전통모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다른 직물과 혼합한 현대모시를 연구 개발해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며 “모시·소곡주 산업관광이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여행상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천/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충남 서산군 모시전시관에서 관광객들이 미니 베틀짜기를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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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30, 2020 at 09:3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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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통 한산모시 입고, 소곡주 마시며 '백제의 정취' 느껴봐요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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